아득히 멀리서 점점 가까이, 아주 가까이서 들려오는 북소리...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과 천둥 번개가 치니 우박이 쏟아진다.

아카시아향은 흩어지고 노래하던 꾀꼬리도 날아간다.

춤을 추던 전화앵은 풀섶에 쓰러진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자아와 마주한 시간...

한 송이 꽃으로도 피어나지 못하고 이제는 재가 되어 아침 이슬에 진다.

화사한 늦은 봄날 아카시아향 짙은 나뭇가지 사이로 지저귀는 꾀꼬리의 청아한 울음소리를 바람이 전해준다.

바람의 소리를 찾아 과거로 가만가만 귀를 기울인다. 이슬같이 영롱하게 움직이는 아름다운 자태, 그녀는 전화앵이다.

 

구름은 춤추는 옷자락처럼 땅에 끄리고...

긴 소매 땅을 휩쓸며 곡선미 곱게 넘어가고...

손에 부채들고 청아한 노래소리....

전화앵이 부르는 듯...

소리 짓....

몸 짓....

천년의 시간은 세월이 되어 우리 곁을 유유히 흘러갔지만 놓지 못해 아린 가슴으로 빨갛게 꽃이 피는 전화앵이여...

그대를 위하여 두 눈 가득 눈물 흘리리다.

계절은 변하여 산천초목 꾀꼬리 청아한 울음 울어도 주인은 없어....

망국의 설움 복받혀 뒷동산의 핏빛 두견화로 피었네....

영혼의식의 소리 들리는 듯....

천지에 흩날리는 지전하나 주워들고 외롭지 않게 가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