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성현 수필가·울산예총 사무처장

  콘서트는 시작을 예고하는 종소리와 함께 배낭을 둘러멘 남자가 나와 객석을 향해 소리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매달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마련하는 모닝콘서트는 목마른 영혼에 단비를 뿌려주는 음악 행사다. “여러분, 유럽으로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그의 음성은 경쾌하고 장난기가 넘쳤다. 그 질문에 모두가 초등학생처럼 대답했다. “네!” 우리는 모두 한마음이 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여행길에 올랐다.

  맨 처음 방문국은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였다. 모차르트의 생가가 화면 가득 채워지고 그의 ‘작은 별 변주곡’이 연주되었다. 이어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이 가슴을 적시더니 귀에 익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 나오자 청중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음은 오페라의 도시 이탈리아.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결혼을 허락지 않으면 강물에 빠져 죽을 것이라는 당돌한 딸 라우레타의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에 이어 투우사 복장을 한 테너가수의 ‘투우사의 노래’와 공주처럼 예쁜 차림을 한 성악가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들으면서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를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마치 그 거리 어디쯤을 걷고 있는 듯한 배경화면의 처리는 정말 기획자의 연출이 돋보였다.

  이어서 샹송의 나라 프랑스에서 ‘프랑스의 목소리’라고 하는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과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가 영상으로 비춰졌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라고 노래한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세월이 가도 그녀의 노래는 영원히 프랑스의 목소리로 남을 것이다.

  유럽은 모차르트, 베토벤, 크라이슬러가 음악활동을 했던 곳이고 또 고풍스런 도시의 골목골목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건축사 한 권을 읽은 것과 같은 문화적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피카소, 마네, 모네, 밀레, 고흐, 세잔, 고갱의 그림이 걸린 오르세 미술관과 하루 종일 둘러봐도 지칠 것 같지 않은 루브르 박물관이 있는 유럽은 누구나 한 번쯤은 가고 싶어 하는 예술의 고향이다. 더구나 예술을 하는 예술인들은 그곳에 가서 영감과 에너지를 얻고 창작의 의욕을 얻고 싶어 한다.

  그런 곳을 오늘은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다녀온 셈이다.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씁쓸했다. 우리 예술인들은 해마다 유럽행을 꿈꾸어보지만 정작 그 소원을 이루는 사람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시간과 돈의 함수관계에서 아마도 비용 쪽 부담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예술은 자유로운 정신과 다양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함으로써 새롭게 태어난다. 그러한 꿈이 있기에 해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해외선진 예술탐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인들의 얇은 지갑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동남아지역이 고작이다.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예술의 본향인 유럽을 가보지 않고 어찌 예술을 논할 수 있으랴.

  건축, 미술, 음악, 무용, 사진, 연극, 연예, 국악, 문학. 9개의 단체들로 구성된 울산예총은 장르마다 독특한 감성을 바탕으로 그들의 세계를 펼친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경험과 선진의 문화충격이 꼭 필요하다. 스스로를 갈고 닦은 후 견문을 넓히는 것이야말로 예술창조의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된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땀과 노력 뒤에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기업과 정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 선수들은 그저 젖은 손수건만 짜다 일생을 허비했을지 모른다.

  이번 모닝 콘서트는 음악을 들으며 유럽 여행을 다녀온 시민과 학생들에게 더위를 식혀주는 좋은 피서였다. 도시 규모가 크고, 부자도시라고 해도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 세금밖에 없다면 결코 그 도시를 우리는 살기 좋은 도시라 말하지 않을 것이다.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고, 꿈을 위해 희망을 키워주는 기업과, 시민의 작은 희망의 불씨도 꺼지지 않게 지켜주는 지방정부의 배려가 있을 때 우리는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싶은 것이다.

  콘서트가 끝난 후의 감동이 공연장 입구에 장식된 꽃들조차 화면 속에서 보았던 유럽 어느 도시의 꽃처럼 느껴졌다. 내년에는 우리 울산의 예술인들과 유럽하늘을 배경으로 꼭 단체 사진을 찍고 싶다. 그들과 그곳에서 건배하며 큰소리로 외치고 싶다. “울산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하여!”

천성현 수필가·울산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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