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 울산 아리랑 ’ 대본 공모작 발표
뮤지컬 ‘울산 아리랑’ 심사평
당선작 내지 못해 아쉽다
최우수작 없는 우수작으로
전우수님의 뮤지컬 ‘울산 아리랑’ 대본을 뽑았다.
뮤지컬의 기본은 대사와 음악과 춤이 적절하게 안배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 후보 작품들은 이런 점에서 뮤지컬의 기본적 구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모전은 그 지역의 문화와 정서에 맞게 리드미컬하게 진행되어야 함에도 다분히 ‘울산 아리랑’이란 전제 조건에 매달려 자연스럽지 못한 모자이크식의 퍼즐을 맞추려하고 있다. 소재도 너무 일률적인 사랑 이야기로 일관하고 있다.
무대에 익숙하지 못한 작가의 추상적 디렉션은 연출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장면의 변화가 마치 영화의 컷 오프처럼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장면변화가 심하다는 말이다.
무대는 극히 제한적이고, 등장인물 또한 무대와 비례되어야 하고 중심인물과 보조 인물들의 대사의 량도 충분히 계산되어야 한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이끌어내기 위해 인물의 변화가 너무 다양하다. 즉 변죽만 울리는 구성과 정작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야 할 주인공들의 역할은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운문적 가사를 쓰고, 코러스를 활용한 노력의 흔적은 역력하게 세 작품 모두에 녹아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아쉽게도 당선에 이르는 작가적 역량과 뮤지컬 무대화에 견줄만한 작품을 고를 수 없게 되어 아쉽지만 응모 작가들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창작 뮤지컬과 대본을 좀 더 관찰하고, 충분한 무대 테크닉을 활용하여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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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외 - 3
임OO님의 ‘귀향’은 울산의 향토적 향수를 자극할 만한 울산의 방언과 지역정서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그러나 장면이 26번이나 바뀌는 것은 마치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는 듯하다. 뮤지컬로서, 연극으로서 무대화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극장 간판장이 ‘용연’이 서울 생활을 끝내고 울산으로 내려가 신화마을의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주된 에피소드이다.
무수한 장면변화 속에서 과거와 현실이 왜곡되고 있는데, 연극에 있어서 회상은 구성의 주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의 회상이 너무 지루하다. 40년 만에 ‘천길’과의 만남이 너무 작의적이다. 마치 병풍을 펼쳐놓은 듯한 산만한 구성은 작가의 의욕만 부추기고 있다.
박참봉 구타사건으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 살인행위에 대한 아들로서의 불타는 복수심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피동적인 모습으로 지나쳤고 깊이 파고들지 못했기 때문에 극적 리얼리티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 선외 - 2
신OO님의 ‘아가씨 희’는 쉬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추상적인 주제의 접근과 매우 혼란스런 구성을 하고 있다. 그것은 ‘막’ 과 ‘장’의 혼용에서 비롯되었다.
고래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애환을 노래로 표현하고, 동희와 창이의 사랑을 대비시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세력과 바다와 고래를 고집하는 세력으로 양분되었다가 화합하며 결말부로 이어져야함에도 외국인 ‘허먼’의 등장으로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적극적으로 살아나지 못했다.
주인공 동희와 창이의 점진적 갈등과 반전으로 어머니는 미루고 미루던 아버지의 장례를 치뤘다면 주제가 좀 더 쉽게 떠오르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 우수작-1
최종심에 오른 후보작 중에서 그런대로 뮤지컬의 기능과 연극적 요소를 두루 소화해 내고 있는 작품은 전우수의 ‘울산 아리랑’이다. 이 작품은 울산의 지역적 특색을 무리 없이 살려냈고, 울산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대사와 노래를 통해 그려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 지역의 ‘배리끝의 설화’를 통해 민수와 영숙의 사랑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발전시켜 나갔다. 또한 울산의 노래, 이미 대중화된 가요와 ‘울산 아가씨’란 대중적 민요의 차용은 이 작가의 공모에 대한 노련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울산 아가씨’를 당선작으로 뽑지 못한 이유는 극의 구성에 작의성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태화강변에서의 씨름대회 장면으로 민수의 캐릭터를 각인시키려한 것이 무리였고, 종결부에 삽입된 ‘울산시가’는 너무 목적성을 앞세운 공모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포니 자동차의 장황한 설명식 대사는 뮤지컬에 어울리지 않는 에피소드였다. 그 부분은 종결부의 자연스런 마침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옥에 티가 되었다.
다소 부족한 미완성의 부분은 제작 과정에서 보완 각색한다면 충분히 뮤지컬로 완성도를 높여 갈 가능성에 이 작품을 최우수작 없는 우수작으로 뽑았다.
심사위원 정 종 명(소설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곽 노 흥(극작가.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