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가장이 있다.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사망보험금뿐인 한 슬픈 아버지.
　이런 남편을 말리던 부인 역시 결국 함께 죽는 것을 선택한다.
　자신을 위해 부모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지도 모르고 그 유산에만 혈안이 된 아들.
　지난 1일~7일 울산연극배우협회의 주최로 울산 중앙 소공연장(구 시민극장)무대에 올려진 <아름다운 …선택>(작 이철, 연출 김재경)은 자식을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한 아버지와 그 가족들의 얘기다.

　현실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에 내몰린 아버지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금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극중 상황은 그만큼 절박하다.
　부조리한 세상과 맞서 싸우느라 어느새 내 재산, 직장은 온데간데 없고 더 이상 갈 곳도 없어진 남자이지만 가족을 부양할 의무는 여전히 짐으로 남아 결국 죽음이라는 극한의 상황까지 내몰린다.
　한 단면만 보면 가족을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한꺼풀 더 벗기고 들어가보면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인 삶과 죽음, 시대와 개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관람객 이정선(50)씨는 "자신을 희생해 아들에게 물려주는 유산이 결국 돈이라는 점에서 세상과 싸우던 주인공도 끝내 세상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서글펐던 작품"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처음 이들의 연극을 보게 됐다는 관람객 최지원(36)씨는 "한 가장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시대적 상황 때문에 극한 상황까지 몰릴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울산연극배우협회 이상훈 씨는 "요즘엔 웃음과 재미를 주는 연극은 도처에 많지만 삶의 우울한 단면, 인생의 진지한 면을 보여주는 작품은 보기 힘들다"면서 "삶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연극을 올려 시민에게 선보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usk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