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국씨 ‘병암정’

시끌벅적한 연말파티가 한창이지만 차분한 가운데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픈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시 외곽으로 다녀오는 짧은 겨울여행도 좋겠지만 시간이나 금전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럴 땐 지역 갤러리를 찾아서 그림을 감상하며 지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서로 바빠 연락을 미뤄왔던 친구와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만남의 기쁨과 문화생활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를 나누면서 다가오는 새해의 밑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따스한 기운이 충만한, 지역작가들의 작품전시가 한창인 갤러리를 소개한다.

최종국씨 생애 첫 개인전

울산의 산천을 강렬하면서도 짙은 수묵으로 표현하는 전시회가 있다. 지난 30여년 간 지역 곳곳 명소들을 화폭에 담아온 심천 최종국씨가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24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반구대, 대왕암, 작천정을 비롯해 전국의 이름난 계곡과 정자를 소개한다.

흑백의 농담으로만 표현한 대작들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바라볼수록 깊이감이 느껴지는 동양화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다.

▲ 조종숙씨 ‘불안한 대답’

‘호랑이똥’ 창립전시회

오는 25일에는 현대미술의 최전방 ‘포스트모던’에 심취한 이들이 모여 만든 ‘호랑이똥’ 회원들의 창립전도 열린다. 30일까지 울산문예회관 2전시장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조종숙 대표를 비롯한 13명 회원들의 60여 작품이 선보인다. 전업작가는 물론 주부와 회사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일상의 풍경이나 사물을 소재로 친숙함을 전하지만 강렬한 색감과 섬뜩한 구도로 색다른 느낌을 불러오기도 한다.

홍성일·박미경 2인전

지난 15일 다운재갤러리에서 시작된 홍성일·박미경 2인전에서는 개성 넘치는 도자와 은공예를 감상할 수 있다. 같은 공간 안에 마련된 차방에서 향긋한 차향을 맡으며 감상하는 즐거움이 적지않다. 홍씨의 다기가 실용성과 독창성을 주로 살린 것이라면 박씨의 은공예는 세련미와 전통미를 더한 멋이 느껴진다. 흰색 유약을 바른 다기 표면을 그을음 반점으로 덧입힌 독특한 무늬는 물론 호박이나 산호와 같은 우리네 고유의 장식품이 보는 이의 시선을 오래도록 잡아끈다. 홍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