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열린 울산박물관 개관식에서 박맹우 시장, 대영박물관 앤드루 버넷 부관장 등 기관단체 대표들이 울산박물관 개관을 축하하는 기념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올해도 문화예술계에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올 초 울산예총의 수장이 바뀌었고, 물축제가 고래축제로 통폐합되는 등 축제가 대폭 정리됐다. 또 울산박물관이 개관해 울산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 가운데 신진 문화예술인들의 약진이 눈부셨고, 예총과 문화원을 중심으로 중앙집권적인 양태를 보이던 문화예술이 각 지역별로 새로운 축을 형성해 나가는 판의 변화를 보였다. 그 동안의 편년체 형식의 결산방식을 벗어나 올해는 기전체 형식을 가미해 내용과 주제별로 7차례에 걸쳐 한 해를 되돌아 보았다.

개관 한달 4만5천명 방문
정체성 확립·품격 높아져
기획·특별전 성공리 치러
경쟁력 갖춘 강좌 등 필요

지난 6월22일 울산시민들이 고대하던 울산박물관이 드디어 개관했다.

울산박물관은 역사관(1119㎡), 산업사관(710㎡, Ⅰ관·Ⅱ관), 해울이관(559㎡) 등 3개의 상설전시관과 1개의 기획전시관(906㎡)으로 이뤄져 있다.

김우림 관장은 “울산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의 문화를 모두 담았다”면서 “박물관 개관을 계기로 울산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울산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박물관은 시민들의 높은 기대를 반영하듯 한 달여만에 무려 4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이같은 기록적인 방문은 박물관을 갖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뜨거운 염원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 동안 울산은 외지에서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들이 방문해도 울산을 한 눈에 집약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시시설이 없었다.

그래서 방문객들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SK 등을 서둘러 둘러보고 돌아가는 수준의 수박 겉핥기식 눈요기 밖에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자존감 또한 높지 못했다. 아이들이 부모와 손잡고 방학숙제를 할 수 있는 박물관 하나 없는 도시에 살고 있다는 의식이 저변에 깔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박물관의 개관은 시민들의 자긍심 제고와 울산에 대한 효율적이고 집약적인 안내, 울산 역사의 보존 등에 있어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남을 만하다.

특히 울산은 종합박물관인 울산박물관과 함께 암각화박물관과 대곡박물관, 고래박물관, 울산대박물관 등 각 분야별 전문박물관을 갖추고 있어 명실상부한 박물관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다만 남은 숙제는 각 박물관에 역사를 얼마나 충실하게 담고, 또 수시로 기획·특별전을 통해 시민들에게 얼마나 편안하고 실감나는 역사체험을 전달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관기념으로 마련한 대영박물관 특별전 ‘신화의 세계, 환상의 동물 이야기’나 최근 전시를 시작한 ‘75년만의 귀향, 울산 달리’전은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끌면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에 설립돼 노하우를 축적해 온 다른 지역의 박물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욱 기발하고 참신한 특별전과 역사체험 프로그램, 강좌 등이 풍부하게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 역사유적과 유물이 다른 도시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일천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