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기천사 우리 송이, 우리 송이가 예쁜 것 좋은 것 많이 보고 자랄 수 있다면, 마음이 많이 아프지만 참을 수 있어, 우리 딸은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혼자서 딸을 낳은 뒤 입양을 결심한 미혼모 임수진(가명)씨가 아이를 보내면서 애끓는 모정을 토로했다.

임씨는 출산 후 일주일 동안 아이와 함께 보내면서 가슴이 저릴 정도로, 저리다 못해 찢어질 만큼 아팠던 기억을 되살리며 멀리서나마 아이의 행복을 기원했다. 딸 아이 만큼은 보다 좋은 환경에서 엄마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었다.

우리 시대 미혼모들의 현실을 솔직하게 담은 책 <나는 미혼모다>(물푸레복지재단 펴냄)(사진)가 잔잔한 울림을 일으키고 있다.

울산에 있는 물푸레복지재단(이사장 김채규)은 미혼모의 출산·양육과 자립을 돕는 ‘미혼모의집 물푸레’ ‘물푸레 그룹홈’ 등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미혼모다>는 물푸레가 미혼모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지난 5년간 실시한 글쓰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엮은 책이다.

책 속에는 불안한 미래와 외로움과 싸우면서도 피하지 않고 자신과 대면하며 써 내려간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생명을 지킨 미혼모들의 마음이 가감없이 전해지고 미혼모의 현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 절절하게 배어난다.

미혼모 이경인(가명)씨는 아이를 입양 보내는 대신 힘들지만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쪽을 택했다. ‘미혼모’라는 단어는 자신에게조차 너무나 낯선 단어였다는 그는 미혼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값싼 동정이 아니라 진정 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라고 토로했다.

‘미혼모들은 본인 때문에 행여 가족들이 창피하고 수치스러울까 말 못하고 혼자 괴로워한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상황도 힘든데 가족들의 도움과 위로가 없다면 더 힘들 것. 미혼모들의 커밍아웃에 무조건 동정을 퍼붓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 주기를 바랄 뿐…’

물푸레시설장 구정화씨는 “미혼모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진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걸러지고 드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펴냈다”며 “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떤 고민을 공유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찾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 속의 글은 미혼모들의 솔직한 표현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기본적인 맞춤법만 바로잡았을 뿐 문장을 고치는 행위를 자제했다. 글쓰기 지도는 조숙 시인이, 책속의 그림은 우형순 화가가 맡았다. (연두출판). 903·9200. 홍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