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화가 박종민

간밤에 내린 비로 장강(長江)이 불어났다. 넓고 장대한 장강의 폭이 더없이 넓게 펼쳐져 그 폭의 넓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장강(陽子江)의 바위에 새겨진 적벽이란 글씨가 바로 수면에서 더욱 선명하다.

적벽에 서니 조조의 시(詩)가 생각난다. “달은 밝고 별은 성긴데 까마귀와 까치는 남쪽으로 난다.” 서쪽으로는 하구를 바라보고 동쪽으로는 무창을 바라보니, 산과 강이 서로 얽혀서는 서로 뒤엉켜 울창하다. 이곳은 조조가 주유에게 공격을 당하던 적벽(赤壁) 바로 그곳이다.

손권과 유비가 이곳에서 화공을 펼쳐 조조 군을 섬멸 할 때 강 언덕의 절벽이 아주 붉게 타올랐다고 하여 적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적벽이라는 글자는 주유가 적벽대전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에서 바로 붓을 들어 이 두 글자를 썼다고 하니 그날 그 승리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장강의 적벽에서 당시 유비와 주유의 승리를 떠올리는 적벽, 소동파의 적벽부를 읽으면 누구에게나 한번 쯤 장강유람을 하고픈 어떤 향수가 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 역시 장강에 배를 띄워 노닐기를 즐겼던 것이다.

“크고 작은 배들이 천리까지 이어졌고, 배의 깃발은 하늘을 가리었는데, 강가에서 술을 마시며, 긴 강물을 굽어보며 창을 비끼고 시를 읊으니 진실로 일세의 영웅이었으나, 오늘 그는 어디에 있는가?” 하며 영웅 조조의 간곳없음을 노래한 적벽부는 후세인들에게 영원히 애창되는 시가 되었다.

“한조각의 이파리 같은 조각배를 타고 술잔을 들어서 서로 권하니, 내 삶은 이 천지의 하루살이요. 저 드넓은 바다의 좁쌀 한 알과 같은 미미한 존재가 아닌가. 내 삶의 잠시 짧음을 슬퍼하며, 저 양자강의 한없이 흘러감을 부러워하노니, 나는 신선을 끼고 노닐며 저 밝은 달과 함께하고 싶을 뿐이다.”

소동파의 전, 후 적벽부의 한 소절이다. 참으로 장강은 길고 끝없이 흐르건만 인간세상 영웅도, 당대 대 시인도 모두 사라지는 덧없음을 노래하였다.

소동파 그는 누구보다도 달빛 아래 산책하기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는 시인이며 문장가이다. 서예의 대가이자 창조적인 화가이며, 황제의 측근으로 행정가이며 정치가였다. 위대한 인도주의자이며 백성들의 친구였다.

텅 빈듯하면서도 한없이 넓은 마음으로 사람들과 경계를 다투지 않았고. 현명하거나 어리석거나, 귀하거나 천하거나를 막론하고 모두 즐겁게 어울렸으니, 당대 최고의 풍모(風貌)를 갖춘 시인이었다.

“중국에서 누군가 소동파의 이야기를 꺼낸다면, 듣는 사람은 으레 미소를 머금는다. 그것이야말로 그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다.” 라고 임어당은 말했다.

소동파(東坡)는 소식(蘇軾)의 호다. 아버지 소순(蘇洵), 동생 소철 (蘇轍)과 함께 ‘3소’(三蘇)라 불리었으며, 이들은 모두 당송8대가(唐宋八大家)에 속한다.

▲ 한분옥 수필가 울산예총 회장

정치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황주에 거주할 의무가 지워진 일종의 유형(流刑)을 받은 때가 있었다. 황주에서의 생활은 매우 비참했다. 그는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 이 땅을 동파(東坡) 즉 동쪽 언덕이라 이름 지었다. 그 유명한 적벽부( 赤壁賦)가 지어진 것도 이곳에서였다.

오늘 내가 거니는 적벽의 밤도 달은 밝으니, 오직 밝은 달만은 있어, 귀로 들으면 노래가 되고, 눈으로 보면 그림이 된다. 보름달 그대와는 아무리 취해도 금할 자 없다. 동파(東坡)거사도, 적벽의 주인공인 조조도 주유도 간곳없고, 오직 보름달 그대와 함께 즐기다가 눈물짓다가 적벽을 노닐 따름이다.

한분옥 수필가 울산예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