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처용문화제가 9일 폐막공연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처용문화제는 전국적으로 확산된 월드뮤직페스티벌의 인지도를 재확인한 행사였으며, 처용을 전면에 내세운 다양한 콘텐츠 공연으로 축제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데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12가지 처용콘텐츠 다양한 연령대 공략
외지·단체관람 급증…35만여명 다녀가
처용마당-월드뮤직 분리 운영 목소리도

울산시와 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가 밝힌 축제 참여 연인원은 약 35만명. 그 중 처용마당 및 월드뮤직·재즈페스티벌 공연 관람객은 약 8만여 명으로 공연 관람단 규모만으로 따진다면 예년에 비해 두배 이상의 관중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 제45회 처용문화제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울산문화예술회관 쉼터 광장에 마련된 파빌리온 무대에서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DJ 파티를 즐기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올해 축제의 가장 큰 수확은 이같은 여세에 힘입은 처용문화제가 처용콘텐츠를 위주로 한 처용마당을 진행해 ‘축제의 정체성 부족’이라는 그동안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점이다.

야외 특설무대인 처용마당에서 새롭게 선보인 처용콘텐츠 창작 공연은 무려 12가지에 달했다. 무대의 완성도와 호응도는 공연마다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처용이라는 아이콘을 전면에 내세우며 다양한 연령대를 공략한 창작물을 시도한 것은 주효했다. 전국 무대에서 이미 최고의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울산출신 비보이와 마술사 등이 주도하는 처용비보이·처용마술, 길놀이 등은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축제기간에 맞추어 ‘처용투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울산시문화원연합회의 달빛문화기행에는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9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반짝 특수’를 누렸다. 축제현장~처용암~개운포성지 답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설화 속 이야기와 문화공연, 역사의 현장을 하루에 모두 섭렵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제 첫 날 개막축하공연으로 진행된 복합장르 처용콘텐츠 무대는 국내 최고 퓨전 국악단의 수준높은 연주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올해 처용문화제는 전국적으로 높아진 월드뮤직·재즈페스티벌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4일 동안 열린 월드뮤직페스티벌 매 공연은 평균 90%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뜨거운 환호 속에 진행됐다. 특히 8일 오후 8시 울산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오호스 데 부루호의 공연은 넘치는 관중들로 인해 3층 객석까지 모두 개방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7일 오후 6시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흑진주’ 도베 냐호르의 공연에는 주중인데다 비교적 이른 시간대에 잡힌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1000여명의 관중들을 모은데다 인상깊은 퍼포먼스로 인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부산 및 경남 등 외지 관람객은 물론 각종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정보를 접한 30~40대 젊은층의 단체관람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8일 김해에서 올라왔다는 한 교사는 “울산 동호인의 안내로 낮부터 밤 늦도록 처용문화제 현장에서 지내며 각종 공연들을 감상했다”며 “평소 잘 접할 수 없는 이색적인 무대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늦은밤까지 이어진 파빌리온(대형 텐트 공연장) 파티는 울산 주재 외국인들과 20~30대 젊은 층의 적극적인 참여로 불야성을 이뤘다. 월드뮤직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음원들을 소개한 파빌리온은 ‘세계의 춤과 음악을 경험한다’는 축제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전형을 보여 주었다.

한편 지역문화계 일각에서는 처용문화제의 발전적 분리 방안을 수면 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해 눈길을 모았다. 처용콘텐츠를 강화한 처용마당과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한 울타리 속에 엮어놓기 보다는 창작공연과 민속놀이마당을 앞세운 문화제와 울산을 효과적으로 세계에 알려줄 글로벌 월드뮤직페스티벌로 분리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문화계 인사는“처용이 가진 역사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전통을 계승하자는 취지의 문화제와 아트마켓시장으로 진화한 월드뮤직페스티벌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때 나타날 시너지 현상을 예측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인터뷰 패트릭 드 그루트 EFWMF 창립이사
“울산서 아트마켓 운영해야”

“한국전통음악이나 퓨전국악도 K-POP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수 있어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월드뮤직의 세계화 창구를 울산이 담당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죠.”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처용문화제를 방문한 패트릭 드 그루트(Patrick De Groote) EFWMF(European Forum of Worldwide Music Festivals) 창립이사는 8일 월드뮤직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시민들이 보여 준 관심과 열정에 감동했고, 무엇보다 지역축제를 헌신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행정적 지원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EFWMF도 창립 당시에는 겨우 10개 내외의 축제로 시작되었으나 지금도 전 대륙 각국으로부터 참가 문의가 쇄도하는 중”이라며 “울산의 월드뮤직페스티벌은 해외의 공연을 국내에 소개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음악과 문화를 전 대륙에 전파하는 창구, 즉 아트마켓을 함께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전 대륙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뮤직네트워크의 필요성이 대두된 지금이 바로 아트마켓을 설치할 적기”라며 “한국에서 가장 먼저 월드뮤직페스티벌을 유치한 울산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면 대외적으로 정통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트릭 드 그루트씨는 전 세계 50여 개의 음악축제들이 연합체를 이룬 EFWMF의 창립이사이자 벨기에 스핑크스 페스티벌 총감독이다. 아시아­퍼시픽 뮤직네트워크 설립을 위해 수년 전부터 문광부가 주최하는 심포지엄에 발제자로도 참여해 왔다. 홍영진기자